갤러리
VIP와의 결혼식
- 등록일2024.04.19
- 조회수7918
#1화. 최대한 화려한 결혼식으로
고풍스러운 샹들리에가 높은 천장 위에서 반짝였다. 버진로드 양 옆은 영롱하게 빛나는 캔들 라이트가 가득하고, 탐스럽게 피어난 생화들은 꽃밭을 옮긴 듯 풍성하게 장식되었다.
크리스탈 장식들이 마치 은하수가 넘실거리듯 무수히 반짝거리며 우아하고도 화려함을 자랑하는 이 곳은 바로, 서울의 가장 유명한 호텔 웨딩홀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사회를 맡게 된 송준석 입니다. 곧 예식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하객 여러분들께서는…….”
젊고 말끔한 유명 아나운서의 사회를 배경으로, 고급 의복을 갖춰 입은 재계의 인사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은은한 미소와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하객들. 코 끝에 생화의 그윽한 향기가 맴돌아 산뜻한 기분을 즐겼다. 다만 한 사람은 빼고.
“장식 오케이, 조명 오케이, 생화 컬러가 살짝 아쉽지만 오케이, 어라, 크리스탈 연출이 오더랑 다른데?”
곱게 단장해 미모를 뽐내는 여자가 중얼거리며 홀 내부를 지켜보았다. 누구보다 날카로운 눈으로 내부를 살피며 유명 사진작가들이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확인했다.
그녀는 이 웨딩의 담당 플래너 도새롬이었다. 오늘 이 결혼식은 그녀의 포트폴리오를 화려하게 장식할 최상류층의 예식이다. 그때 새롬에게 직원이 다가서며 말했다.
“신부님, 이제 대기실로 이동하실게요. 지금부터는 플래너 새롬실장님은 잠시 숨겨두고 신부님으로만 활동하셔야 해요. 역시 본인 결혼에서도 참 꼼꼼하시다니까.”
그렇다, 이 결혼식을 열심히 준비한 플래너이자 신부 역을 맡은 도새롬 양은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웨딩드레스는 어깨에 우아한 시폰이 둘려 있으며 밑단에는 유니크한 꽃문양이 새겨져 있어 풍성하지만 세련된 핏을 자랑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기실로 들어간 새롬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환하게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곧 예식이 시작되었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을 모시겠습니다. 아주 잘생긴 신랑입니다, 윤세훈 군 입장!”
눈부신 조명과 함께 신랑이 먼저 걸어 나갔다. 모델 같은 길쭉한 기럭지로 당당하게 입장하는 신랑의 얼굴은 주연배우 급의 미남형이다. 시원하게 넘긴 머리와 짙은 눈썹, 그 아래에 얇은 속쌍커풀이 진 눈, 뚜렷하고 높은 콧대와 남자답고 날카로운 턱선까지.
차가워 보이는 듯하지만 서글서글하고 단정해 보이는 인상이 매력적이었다. 새롬은 앞에 걸어 나가는 신랑을 보며 생각했다.
‘참 뉘 집 아들인지 잘생기고 쭉 뻗었네. 오늘만큼은 나도 우아한 백조처럼 보여야겠어.’
새롬은 등을 곧게 펴 모델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래야 사진이 더 멋지게 나오니까.
“그럼, 이번에는 오늘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신부님을 모시겠습니다, 신부 도새롬 양 입장!”
최고로 럭셔리한 모습을 위해 돈을 쏟아부은 티가 나는, 그야말로 초호화 결혼식이 시작되었고 새롬은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디뎠다. 길기로 유명한 버진로드의 끝에 신랑이 웃으며 기다리고 있다.
사랑에 푹 빠진 듯 달콤하고 촉촉한 눈빛을 발사하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어여쁜 신부를 보고 벅차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던 신랑은 사랑의 밀어를 작게 속삭였다.
“영혼까지 끌어모았군요.”
“어머? 전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을 때 더 훌륭한데요.”
세훈의 농담에 새롬은 긴장된 마음이 살짝 풀렸다. 작게 웃으며 비즈니스 모드에 돌입해 이어지는 세훈의 말을 새겨들었다.
“어깨 더 피고 턱 너무 들지 마시죠. 사진 잘 나오려면. 지금, 살짝 눈 내리깔고 웃으시고. 이따 주례 중간에도 서로 눈 마주치며 웃는 거 기억하길 바랍니다.”
“기억하죠. 연기 잘하시네요? 방금 표정 좋았어요. 자기도 바로 같이 웃어주세요.”
수줍게 웃는 선남선녀의 대화는 일반적으로 사랑에 푹 빠진 신랑과 신부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몇 달 전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
어느 화창한 날 오후의 사무실, 점심시간이 지나 직원들 모두 꾸벅꾸벅 졸음에 맞서 싸우고 있을 때였다.
띠링– 띠링-
“어우 새롬씨, 자기가 좀 나가봐. 오늘 상담 없지 않아?”
“하암- 오늘 지면광고 촬영 있는 날이잖아요.”
하품을 쩍 하며 입구로 가는 새롬의 뒤로 삐까뻔쩍한 내부가 보였다. 화이트톤의 사무실은 고급스러운 장식품이 가득하지만 정돈된 배치로 세련된 인테리어를 뽐낸다.
여기는 서울의 유명 웨딩업체 중 하나인 글로리위드유 사무실로, 생애 단 한 번의 영광을 당신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고객들의 마음이 더욱 설레도록 예술적인 공간에서 상담해 설렘과 신뢰감을 동시에 주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 새롬이 연 입구에는 수려한 외모의 남자가 서있었다. 수트핏이 예술인 매혹적인 남자지만 그렇다고 새롬의 동태눈깔은 바뀌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오늘 촬영하러 오신 분이죠? 안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촬영? 그런 거 아니고, 오늘 상담을 좀 받고 싶습니다만.”
“네? 지면광고 촬영차 오신 거 아니세요?”
고풍스러운 샹들리에가 높은 천장 위에서 반짝였다. 버진로드 양 옆은 영롱하게 빛나는 캔들 라이트가 가득하고, 탐스럽게 피어난 생화들은 꽃밭을 옮긴 듯 풍성하게 장식되었다.
크리스탈 장식들이 마치 은하수가 넘실거리듯 무수히 반짝거리며 우아하고도 화려함을 자랑하는 이 곳은 바로, 서울의 가장 유명한 호텔 웨딩홀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사회를 맡게 된 송준석 입니다. 곧 예식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하객 여러분들께서는…….”
젊고 말끔한 유명 아나운서의 사회를 배경으로, 고급 의복을 갖춰 입은 재계의 인사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은은한 미소와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하객들. 코 끝에 생화의 그윽한 향기가 맴돌아 산뜻한 기분을 즐겼다. 다만 한 사람은 빼고.
“장식 오케이, 조명 오케이, 생화 컬러가 살짝 아쉽지만 오케이, 어라, 크리스탈 연출이 오더랑 다른데?”
곱게 단장해 미모를 뽐내는 여자가 중얼거리며 홀 내부를 지켜보았다. 누구보다 날카로운 눈으로 내부를 살피며 유명 사진작가들이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확인했다.
그녀는 이 웨딩의 담당 플래너 도새롬이었다. 오늘 이 결혼식은 그녀의 포트폴리오를 화려하게 장식할 최상류층의 예식이다. 그때 새롬에게 직원이 다가서며 말했다.
“신부님, 이제 대기실로 이동하실게요. 지금부터는 플래너 새롬실장님은 잠시 숨겨두고 신부님으로만 활동하셔야 해요. 역시 본인 결혼에서도 참 꼼꼼하시다니까.”
그렇다, 이 결혼식을 열심히 준비한 플래너이자 신부 역을 맡은 도새롬 양은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웨딩드레스는 어깨에 우아한 시폰이 둘려 있으며 밑단에는 유니크한 꽃문양이 새겨져 있어 풍성하지만 세련된 핏을 자랑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기실로 들어간 새롬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환하게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곧 예식이 시작되었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을 모시겠습니다. 아주 잘생긴 신랑입니다, 윤세훈 군 입장!”
눈부신 조명과 함께 신랑이 먼저 걸어 나갔다. 모델 같은 길쭉한 기럭지로 당당하게 입장하는 신랑의 얼굴은 주연배우 급의 미남형이다. 시원하게 넘긴 머리와 짙은 눈썹, 그 아래에 얇은 속쌍커풀이 진 눈, 뚜렷하고 높은 콧대와 남자답고 날카로운 턱선까지.
차가워 보이는 듯하지만 서글서글하고 단정해 보이는 인상이 매력적이었다. 새롬은 앞에 걸어 나가는 신랑을 보며 생각했다.
‘참 뉘 집 아들인지 잘생기고 쭉 뻗었네. 오늘만큼은 나도 우아한 백조처럼 보여야겠어.’
새롬은 등을 곧게 펴 모델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래야 사진이 더 멋지게 나오니까.
“그럼, 이번에는 오늘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신부님을 모시겠습니다, 신부 도새롬 양 입장!”
최고로 럭셔리한 모습을 위해 돈을 쏟아부은 티가 나는, 그야말로 초호화 결혼식이 시작되었고 새롬은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디뎠다. 길기로 유명한 버진로드의 끝에 신랑이 웃으며 기다리고 있다.
사랑에 푹 빠진 듯 달콤하고 촉촉한 눈빛을 발사하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어여쁜 신부를 보고 벅차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던 신랑은 사랑의 밀어를 작게 속삭였다.
“영혼까지 끌어모았군요.”
“어머? 전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을 때 더 훌륭한데요.”
세훈의 농담에 새롬은 긴장된 마음이 살짝 풀렸다. 작게 웃으며 비즈니스 모드에 돌입해 이어지는 세훈의 말을 새겨들었다.
“어깨 더 피고 턱 너무 들지 마시죠. 사진 잘 나오려면. 지금, 살짝 눈 내리깔고 웃으시고. 이따 주례 중간에도 서로 눈 마주치며 웃는 거 기억하길 바랍니다.”
“기억하죠. 연기 잘하시네요? 방금 표정 좋았어요. 자기도 바로 같이 웃어주세요.”
수줍게 웃는 선남선녀의 대화는 일반적으로 사랑에 푹 빠진 신랑과 신부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몇 달 전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
어느 화창한 날 오후의 사무실, 점심시간이 지나 직원들 모두 꾸벅꾸벅 졸음에 맞서 싸우고 있을 때였다.
띠링– 띠링-
“어우 새롬씨, 자기가 좀 나가봐. 오늘 상담 없지 않아?”
“하암- 오늘 지면광고 촬영 있는 날이잖아요.”
하품을 쩍 하며 입구로 가는 새롬의 뒤로 삐까뻔쩍한 내부가 보였다. 화이트톤의 사무실은 고급스러운 장식품이 가득하지만 정돈된 배치로 세련된 인테리어를 뽐낸다.
여기는 서울의 유명 웨딩업체 중 하나인 글로리위드유 사무실로, 생애 단 한 번의 영광을 당신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고객들의 마음이 더욱 설레도록 예술적인 공간에서 상담해 설렘과 신뢰감을 동시에 주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 새롬이 연 입구에는 수려한 외모의 남자가 서있었다. 수트핏이 예술인 매혹적인 남자지만 그렇다고 새롬의 동태눈깔은 바뀌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오늘 촬영하러 오신 분이죠? 안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촬영? 그런 거 아니고, 오늘 상담을 좀 받고 싶습니다만.”
“네? 지면광고 촬영차 오신 거 아니세요?”
